결혼 간증망석리에 내려온 뒤에도 결혼문제는 인생의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어느 분의 소개로 서울에 올라가서 선을 보았는데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예상대로 37세의 노총각에다가 무일푼의 가난한 전도사에다가 장남에다가 농어촌총각이라는 타이틀이 하나 더 붙어서인지 선을 보아도 이뤄지지가 않았습니다. 선을 본 여성들은 한결같이 "결혼하면 서울로 올라오겠느냐?" "도시목회의 비전만 있으면"이라면서 "비전"이라는 어렵고 고상한 영어단어를 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명령을 받고 내려온 지 몇 달도 안되는 사역자가 내려오자마자 결혼 때문에 다시 서울로 올라갈 수는 없었기에 "하나님이 서울로 가라고 하면 갈 것이고 계속 있으라고 하면 있을 것입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런 대답을 하자 자매님들은 더 이상 소식이 없었습니다. 제가 내려온 것이 37세 때이고 내년이면 곧 38세가 됩니다. 그리고 2년만 더 있으면 40세가 됩니다. 마음이 초조해졌습니다.
노총각 노처녀가 되어보지 않는 사람은 절대로 노총각 노처녀의 심정을 모릅니다. 나이 한 살 한 살 먹는 것이 얼마나 큰 고역인가를 모릅니다. 저는 동생들을 앞 차로 먼저 보내고 결혼을 못하고 있으니 얼마나 초조한 지 모릅니다. 더구나 연말이 되면 더욱 더 초조해 집니다. 그런데 30세가 넘으니 세월이 얼마나 빠른 지 모릅니다. 30세가 된 지 바로 어제 같은데 금방 37세가 되어버리더군요.
그래서 37세를 2개월 남겨둔 시점에서 초조한 결혼문제에 대한 하나님의 응
답을 받기 위해서 오산리 기도원에 올라갔습니다. 완도 부근에도 기도원이
있지만 오산리 기도원은 제가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찾아가는 저의 '벧엘'과
같은 곳입니다. 그래서 일생일대의 가장 큰 문제인 결혼문제를 놓고 금식기
도 하러 올라간 것입니다.
금식기도를 마치고 내려와서 여의도 순복음교회금요철야예배에 참석했습니다. 오산리 기도원 금식기도 중에도 결혼에 대해서 뚜렷한 응답을 받지 못했던 저는 순복음 교회 철야예배 때 이런 기도를 했습니다.
"하나님,37세의 노총각이 선을 봐도 성사가 안되는 것을 보니 하나님께서 저에게 독신의 은
사를 주신 것 같네요. 올해 12월말까지 두 달 안에 결혼할 배우자를 만나지
못하면 독신의 은사를 주신 것인 줄 믿고 사도바울처럼 평생 혼자 살겠습니
다."
12월이 가기 전에 배우자를 만나게 하지 않으면 독신으로 살겠다고 한 것은
이미 심정적으로 결혼을 포기하고 독신을 각오한 것을 의미합니다.
제가 독신으로 살겠다고 작정하는 것은 비기독교인들 중에 세상 정욕은 누
리고 싶으면서도 가정생활에는 얽매이기 싫어서 혼자 살면서 세상의 정욕적
쾌락은 다 누리며 사는 세속적 독신주의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저는 2개월 안에 배우자감이 나타나지 않으면 사도바울이나 진토리 교회의
강영기 목사님이나 존 스토트 목사님 같이 동정을 지키면서 평생을 진짜 숫총각으로 사는 성경
적인 독신주의자가 되려고 했습니다. 저는 37세까지 진짜숫총각이었습니다.
저는 사도바울이나 존 스토트 목사님이나 강영기 목사님과 같이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복음을 위해서 나의 생명을 바치겠다는 각오를 한 것입니다.
결혼이 거의 우상이 되다시피하여 결혼하기 전에는 낙도로 내려오지 않겠다
고 하나님과 흥정을 벌였던 사람이 결혼문제를 하나님께 맡기고 내려 온 후
에도 결혼이라는 우상을 못버려서 선을 본 후에 결혼이 성사되지 않으면 괴
로워했는데 이제는 결혼이라는 우상을 완전히 포기해 버리고 하나님께서 두
달 안에 배우자를 보내주지 않으면 독신으로 살겠다고 작정하니 마음이 홀가분했습니다.
결혼문제를 포기하고 독신으로 살 작정을 한 것이 저의 네 번 째의 포기 사
건입니다.
다시 완도로 내려 온 뒤부터는 결혼에 대해서 마음을 100% 완전히 비운 홀
가분한 상태가 되어 버렸습니다.
얼마 후에 소안도 맹선교회라는 곳에 사역하시던 이문수 목사님이 일 좀
도와달라고 부탁을 해서 일을 도와드리러 갔습니다.
그런데 맹선교회에는 서울에서 우순옥 집사님이라는 분이 오셔서 침술사역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순옥 집사님과 대화를 나누던 중 제가 37 세의 총각 전도사인 것을 알고, 본인
이 다니는 서울 명성교회에 잘 아는 두 처녀가 있는데 서울에 올라가면 소개해 주겠
다고 했습니다.
우집사님이 서울에 올라간 후 전화로 말씀하기를 "두 자매가 완도에는 안가겠다고 합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덤덤해졌습니다. 그리고 이해도 되었습니다. 특별히 하나님께 사명을 받지 않는 한 누가 완도의 100가구 정도의 작은 마을에서 80만원을 주고 산 오두막집에서 우물물을 퍼 먹고 사는 가난한 노총각 전도사에게 시집을 오겠습니까? 저는 그 자매들이 믿음이 없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당연한 생각이라고 여겨졌습니다.
며칠 후 우 집사님이 다시 전화를 해왔습니다.
"제가 잘 아는 잠실의 주사랑교회 송용호 목사님(갈릴리 세계선교회 대표)
사모님이 주사랑교회에 좋은 자매가 있다는데 만나보실래요?"
그래서 서울에 올라갔습니다. 자매 쪽에서는 주사랑교회 유사라 사모님이 나
오시고 제 쪽에서는 우순옥 집사님이 나오셨습니다.
그 자매는 제가 우물물을 퍼 마시고 산다고 해도 하나님께 헌신하는 마음으
로 결혼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 때 만난 자매가 바로 지금의 제 아내입니다.
하나님께서 얼마나 다급하셨던지 그 해 12월이 되기 전에 배우자를 만나게
하셨습니다.
하나님은 하나님에게 헌신하는데 방해가 되는 우상과 같은 것이 있으면 그
우상을 포기할 때까지 기도에 응답하지 않으십니다.
결혼문제를 완전히 하나님께 맡겨버리고 완도로 내려온 후에 결혼을 포기하
고 독신까지 각오하자 하나님께서는 좋은 배우자를 보내주셨습니다.
이처럼 결혼을 완전히 포기하고 독신으로 살기로 작정했을 때 하나님께서
주신 아내를 생각하면 감사할 뿐입니다.
낙도선교회의 대표인 박원희 목사님은 아주 훌륭한 사역자입니다. 그분
이 김인중 목사님이 시무하시는 안산동산교회의 대학부를 맡아서 수십명의
대학부를 수백명의 대학부로 부흥시켰습니다. 안산동산교회에서 대학부를 그
만큼 부흥시킨 목사님이라면 2 - 3천명이 모이는 큰 교회에 부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낙도선교회의 전 대표인 홍석기 목사님이 브라질 선교사로 가면서
박원희 목사님에게 낙도선교회의 후임대표를 맡아달라고 했습니다. 낙도선교
회의 대표는 아무런 보장이 없는 자리입니다. 그 당시에 한달에 사례비 4 -
50만원도 되지 않았습니다. 박목사님은 큰 교회로 부임할 수 있는 위치이기
때문에 낙도선교회 대표직을 사양했습니다.
그러나 홍석기 목사님의 간곡한 요청으로 하나님의 뜻으로 알고 대표직을 수락했습니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릅니다. 한달에 사례비 4 - 50만원을 받고 살아야 했습니다. 그분도 노총
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교제하던 자매님은 박목사님이 안산동산교회를
사임한 후에는 큰 교회에 부임하기를 기대했었는데 한 달 사례금 4 -50 만
원 밖에 안되는 낙도선교회 대표로 부임한 후에 목사님께 헤어지자고 해서 떠나버리고 말았습
니다. 박목사님은 이 사실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박목사님에게 장문의 편지를 썼습니다. 저의 경험을 볼 때 하나님께서는
반드시 더 믿음이 좋은 자매를 보내주실 것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썼습니다.
박목사님은 몇 개월 후에 다른 자매와 만나서 결혼을 했습니다. 박목사님은 당신의 결혼이
낙도선교회 대표를 맡은 후 하나님께서 주신 복이라고 고백하곤 합니다.
저도 결혼문제를 하나님께 완전히 맡기고 아브라함처럼 무조건 완도 망석리로 내려왔고, 내려온 후에도 결혼까지 포기하고 독신으로 살 각오까지 하자 하나님께서는 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복을 주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