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 목사(일산평강교회)가 기독신문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교회 후임자문제 이렇게 해결하라.
교회마다 담임목사가 은퇴한 후 후임자를 초빙하는 문제로 고심을 한다. 작은 교회는 문제가 덜하지만 대형 교회일수록 후임자를 잘못 초빙하면 그 여파가 엄청나다. 특히 담임목사의 아들이나 사위, 부목사로 있던 사람, 또는 담임목사가 선호하는 다른 교회 목사를 후임자로 세우려다가 언론의 지탄을 받고 물의를 일으킨 사례가 자주 일어난다. 어떤 교회는 당회나 교인 전체의 의견보다는 주로 담임목사가 일방적으로 후임자를 세우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 대형교회로 성장시킨 목회자의 카리스마에 눌려 교인들이 큰소리를 못하지만 많은 교인들이 내심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현재 주요 교단의 헌법에는 부목사가 그 교회 담임목사가 되는 것을 금하고 있는 줄 안다. 그래서 유능한 부목사라도 담임목사가 되지 못한다. 그래서 대부분 교회가 다른 교회를 성장시킨 목사를 후임자로 초빙한다. 어쨌든 후계자를 세우는 문제는 쉽지 않다.
그러면, 특히 중·대형교회에서 은퇴할 담임목사를 이을 후임자를 세우려면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담임목사가 은퇴할 때가 얼마 남지 않는 중·대형교회에서는 다음과 같은 절차를 밟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것은 그 교회 부목사를 담임목사로 세울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만약 중·대형교회 담임목사의 아들이나 사위가 목사라면, 인간적인 욕심으로야 당연히 그들을 후임자로 세우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거기서부터 온갖 잡음이 생긴다. 여기서 제안하는 것은 담임목사가 은퇴를 5~6년 정도 앞두고 부목사들을 초빙하되, 장차 그 교회를 이끌어 나갈 믿음과 지도력이 있어 담임목사가 될만한 역량이 있다고 생각되는 인물을 몇 명 청빙하는 것이다. 은퇴할 목사의 아들이나 사위가 그만한 인물이 된다면, 그 가운데 당연히 포함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부목사들은 각자 교구를 맡아 시무하고 종종 설교도 한다. 그러면 부목사들은 그동안의 교구 사역 열매나 설교 능력과 지도력을 전 교인에게 평가 받게 될 것이다. 그 후 담임목사가 은퇴할 즈음에 당회나 공동의회 같은 데서 지금까지의 사역을 토대로 어느 정도 공정하고 합당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세계적인 초우량 기업인 제너럴 일렉트릭(GE)사에서는 최고 경영자를 선정할 때 외부 인물을 초빙하지 않고 그 회사에 입사해서 경험을 쌓고 승진하여, 내부에서 리더십을 검증받은 인물들을 대상으로 최고 경영자를 엄격하게 선발한다. 〈잭 웰치. 끝없는 도전과 용기〉라는 책을 보면 선발 과정이 얼마나 엄격한 지 잘 알 수 있다.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이라는 책을 보면, 탁월한 비전 기업들은 외부에서 유능한 최고 경영자를 영입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내부에서 경영진을 키운다. 탁월한 비전 기업의 113명 CEO들 중 오직 3.5%만이 외부에서 채용됐으며 그보다 못한 비교 기업들은 22.1%가 외부에서 채용됐다는 것이다. 기업 내부에서 경영자가 승계할 때 리더십의 단절을 겪지 않고 기업의 핵심을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담임목사의 아들이라고 해서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월마트의 샘 월튼의 아들들이나 아이비엠(IBM)의 토마스 왓슨2세 등은 어릴 때부터 부친과 함께 지내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부친의 리더십을 배워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해 선대보다 더 위대한 기업을 일구었다.
문제는 선발 과정에서 아들이든지 다른 목사든지 예외 없이 공평하고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철저한 검증과 함께 당회와 공동의회 등 전체 회의에서 민주적인 선발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엄정하고 깨끗하게 선택된다면, 반대한 사람들도 불복하지 말고 깨끗이 승복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후임자 선정에 있어서 가장 성경적이고 아름다운 최선의 방법은 필자가 위에서 말한대로 교회 내에서 부목사들을 훈련시킨 후 객관적인 평가방법에 의해 후임자로 선정하는 방법일 것이다.
뱀에게서 지혜를 배우라는 말씀처럼, 한국 교회는 후임자를 선발하는 문제를 놓고 앞서가는 세상 기업에서 배워야 할 때다.
